앞서 보신 것처럼 낙태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살인 혐의로 구속됐는데, 낙태에 동의한 임산부는 처벌 받지 않는 걸까요?
먼저, 현행법상 낙태는 부모에게 유전·전염성 질환이 있거나 성폭행을 당한 경우 등에 의한 임신일 때만 가능합니다.
이런 예외적 상황이 아닌데 낙태를 하게 되면, 산모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형을, 의료인은 2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의료인을 더 무겁게 처벌하는 이유는 뭘까요.
[김영미 / 여성변회 공보이사]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책임감과 낙태에 동조하지 말라는 의무감을 부여해서 강하게 처벌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임산부의 몸밖으로 나온 태아를 숨지게 할 경우 의사가 받는 처벌은 더 무겁습니다.
낙태죄는 물론이고, 살아 숨쉬는 태아를 죽였기 때문에 '살인죄'도 적용할 수 있는데요.
반면 임산부에게는 자기 낙태죄만 적용될 뿐, 살인죄 적용은 수술 전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의사가 상담 과정에서 태아의 상태와 수술 방법, 생존 가능성까지 모두 고지했다면 임산부 역시 사망 가능성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 경우 임산부도 살인 공모 혹은 교사나 방조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사례에서는 "의사가 임산부에게 위험성을 전혀 알리지 않았고, 임산부 역시 단순 낙태로만 알고 있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인 만큼 살인 혐의 적용은 제외된 겁니다.
한가지 더, 태아의 아버지인 남성은 전혀 처벌 받지 않는 걸까요?
남성 역시 낙태를 강요하거나 동의했다면 낙태 교사·방조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를 찾는게 어렵다는 이유로 실제 처벌,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상 팩트맨이었습니다.
성혜란 기자 saint@donga.com
연출·편집:황진선 PD
구성:박지연 작가
그래픽:임솔 디자이너